출판사 제공
책소개
시인의 마음과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인생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통과하는 우리들에게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장석주의 인문 에세이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그리고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 100권이 넘는 책을 썼지만 장석주 작가의 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이 세계를 경이로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침잠하고, 크고 작은 움직임에 귀 기울인다. 책을 읽고 사유의 덩어리를 잘게 부수고 헤집어서 그려낸 그의 글은 어떤 순간은 시인의 마음으로, 또 어떤 순간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회의 단면을 인문학자의 눈으로 깊이 있게 담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듯 이 책에서는 현실을 이루는 것, 즉 몸, 음식, 사랑, 불행, 재난, 죽음, 질병, 날씨, 장소, 시간, 취향, 타인, 풍속, 노동, 불면, 고독, 태도, 가족, 여행, 국가, 정치, 망각…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사유한다. 그에게 사유는 매일의 산책과 같다.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의식 같은 것, 매일 다른 날씨와 기분, 계절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되새기는 것. 그렇게 발붙이고 있는 지금 세계에서 멀어지지 않고 꼭 붙어 있는 것. 이 책의 글은 그 날들의 기록이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뻗어나가는
깊은 사유의 글

“인간이므로 우리는 나쁜 별 아래에서 태어났다.”라는 에밀 시오랑의 비관주의에 마음을 빼앗기며 불안에 대한 처방을 비관과 회의에서 구하던 시절을 통과해 이제는 에밀 시오랑을 읽으며 보내는 오후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급류 그 자체인 시대를 보냈다. 그 시간동안 자신을 끊임없이 빚고 이끌었던 것은 책이었다. '독서 편력은 내 자아에 윤곽을 부여하며 나를 사람 꼴로 빚어냈다.' 이 책 역시 그가 평생 동안 읽었던 시, 소설, 문학, 과학, 철학 등 갖은 책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독서 에세이는 아니다. 길을 걷고, 차를 마시고, 뉴스를 보고, 여행을 하고, 모든 일상의 순간에서 뻗어나가는 넓은 사유를 정제된 글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책에 가깝다.
예를 들어, 길을 걸으며 걷는 행위를 생각하던 작은 순간에서 시작한 사유는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나는 산책자다. 걷는 자는 몸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며 앞으로 나아간다'(<나는 산책자다>)는 글처럼 인간의 걷기에 대한 본래적인 의미를 더듬고, 집 근처 단풍길을 산책하는 중간에는 걷기라는 무보상의 행위가 주는 숭고함을 생각한다. 또 다른 글에서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저서 『뛰는 사람』을 떠올리며 한 생물학자와 달리기에 대해, 인간은 왜 달리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감탄한다.
글을 쓰는 동안 지나간 팬데믹의 시기 역시 이 책에서 다양한 주제와 함께 풀어낸다. 인간이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고독과 두려움이라는 벽은 바이러스만큼이나 지난 몇 년간 우리를 갉아먹었다. 저자는 고독이라는 주제로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본 한편, 두려움이 가져오는 의심이라는 파국과 국가가 어떻게 사람들을 통제하는지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짚는다.

여름의 행복도 두 번은 없어
그러니까 죽지 말고, 살아보자

‘나이가 들며 얼굴도 취향도 달라지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영혼 깊은 곳을 두드려서 기어코 눈물 몇 방울을 쏟게 하는 〈섬머타임〉을 여전히 좋아하는 것, 그리고 덧없는 슬픔의 영역에 속한 아름다움에 속절없이 매혹 당하는 것이다. 그러니 죽지 말고 힘껏 살아보자.’ (〈섬머타임〉이란 노래를 좋아하세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한때 좋아했지만 사라진 것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음을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삶은 행복과 죽음, 고독과 사랑, 걷기와 계절, 망각과 기억을 수없이 반복하는 중에 매 순간 찾아오는 다른 계절 같다. 이 책에는 긴 시간을 통과하며 행복했던 기억과 불행을 통과하던 시기,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지나 사랑하게 된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저자는 한 글의 말미에서 그러니까 살아보자, 고 되풀이해서 말한다. 우리가 행복하건 불행하건 봄은 돌아오고, 덧없는 슬픔의 영역에서 여전히 아름다움에 매혹 당하는 순간은 찾아온다. 따뜻한 봄과 눈부신 여름이 지나가고 언제나 계절이 돌아오는 것처럼. 그러니까 죽지 말고,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