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소생실 레벨 원입니다

사진 찍는 간호사가 포착한 병원 응급실의 낮과 밤

이강용 지음

176쪽 / 140X200mm / 18,000원
9791192512211 03660 / 클

생사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응급실 사람들의 긴박한 순간들
그 속에서 ‘사진 찍는 간호사’ 가 포착한 감동과 공감의 장면들



‘레벨 원Level 1’은 응급 중증도 분류에서 가장 위급한 단계를 가리킨다. 이 책의 제목 “응급실 소생실 레벨 원입니다”는 심정지나 중증외상 환자 등 즉시 소생이 필요한 레벨 원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들이 하는 말이다.
저자 이강용은 실제로 응급실에서 7년간 “레벨 원”을 외치며 일한 간호사다. 코로나19 때 그가 찍은 의료진 사진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상을 받으면서 ‘사진 찍는 간호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전시회를 열고, 다수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병원과 의료진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힘썼다.
이강용의 노력이 <응급실 소생실 레벨 원입니다>라는 사진 에세이 한 권으로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이 책은 응급실과 병원 곳곳에서 위급한 환자들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현장 사진과 세심한 글로 기록했다.
1, 2, 3부, 그리고 5부는 각각 ‘손’ ‘등’ ‘눈’ ‘얼굴’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1부는 의료진의 ‘손’이 한시도 가만 있을 수 없는 응급실의 일상을 담았다. 간호사, 의사, 응급구조사 등 구성원 모두 각자 맡은 일을 찾아 동시에 바삐 움직이는 손이지만 가끔은 불안해하는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며 안심을 시켜주는 손이기도 하다. 응급실, 특히 소생실의 응급 상황을 엮은 2부에서는 급히 뛰어다니는 의료진의 땀에 젖은 ‘등’이 계속 눈에 띈다. 일반인에게는 아수라장 같지만, “동선이 부딪히지 않게 호흡을 맞추고” “실수가 생기지 않게 복명복창을 하는” 소생실은 꼭 필요한 움직임과 소음으로만 꽉 차 있다. 3부는 불과 “얼마 전에는 상상도 못 한 모습”으로 변한 코로나19 시기의 병원 곳곳 사진들이다. 두 ‘눈’밖에 보이지 않는 보호장구를 입고 서로 헷갈릴까봐 “얼굴 아래 이름을 커다랗게 적어”둔 채로 환자를 살리고 돌보는 의료진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이 사진집에서 가장 먹먹한 울림을 주는 곳은 사진 자리를 아예 비워둔 4부다. 소아암을 이겨낸 저자 자신의 경험담부터 환자들과의 가슴 찡한 에피소드, 그리고 현재 의료 현실의 단면까지, 차마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는, 사진 몇 장으로 담아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어서다. 우리가 지나쳐온 의료진이 밝은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본 5부는 이 책의 마지막 여운과 함께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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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기계도 많고, 보호자도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이라, 할머니는 무서우셨는지 할아버지를 연신 찾으셨고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심박수는 더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담당 간호사가 수액을 주입해 혈압을 높인 뒤, 할머니 손을 꽉 잡아드리면서 금방 할아버지 볼 수 있게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할머니도 간호사의 손을 꼭 잡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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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사고가 나서 오는 일용직 노동자 환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저희에게 ‘언제 일을 나갈 수 있을지’부터 먼저 물어보세요. 아무리 많이 다치셨어도 자기 몸 걱정보다는 내일 일 못 나갈 걱정부터 하시는 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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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라는 것을 처음 겪는 환자들은 불만도 많고 요구사항도 많았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20년 넘는 경력의 간호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이 병이 우리한테도 낯선데, 잘 모르는 일반인 환자들한테는 얼마나 생소하겠어요? 이게 다 ‘불안’에서 나오는 방어기제니까 우리가 이해해야 해요. 최대한 안심시켜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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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 숨을 좀 편안하게 쉬게 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제 주무실 거예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가족들에게 꼭 하셔야 할 말씀이나 정리하셔야 할 말씀 있으시면 지금 해주세요.” 그 요청이 갑작스럽기도 하고 당장 고통스럽기도 한 환자는 대부분 “없어요”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교수님은 한 말씀 꼭 덧붙이십니다.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해주세요!” 그러고는 가족들끼리 ‘사랑한다’ 한 마디 나눌 때까지 기다려드립니다. 저는 매번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라면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미리 준비해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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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다보니 주변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늘 묻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일 힘든 게 뭐냐는 겁니다. 심정지 환자나 중증외상 환자, 새벽시간에 찾아오는 주취자들, 환자 보호자들과의 갈등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힘든 건 누군가의 가족의 죽음이 내 일상이 되고, 그와 관련된 나의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심정지 환자가 사망을 해서 환자의 보호자들은 그 옆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데, 그분들에게 “장례식장은 어디로 결정하셨어요?” 하고 물어봐야 하는 일이에요.


차례
독자분들께

1부 손
2부 등
3부 눈
4부 사진 없음
5부 얼굴


지은이 이강용
중앙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성인응급실에 근무하면서 미국, 아랍에미리트, 호주 간호사 면허를 취득했다. 2020년 ‘코로나19 스토리’ 공모전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찍었던 의료진 사진들이 널리 알려졌다. 같은 해 ‘코로나바이러스 최전방에 뛰어든 간호사가 본 시선’ 개인 사진전을 열었다. 2021년 대한간호협회 코로나19 공모전 대한간호협회장상을 받았다. 그 후 BBC코리아, KBS, MBC 등 다수 언론과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며 병원과 의료진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