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26 CULTURAL LIFE

똑똑. 안녕하세요? 새로운 편집장이 대문을 열어요. 글을 쓰려고 늦은 밤 컴퓨터 앞에 앉으니 5년 전 어느 날이 떠올라요. 《WEE》 창간호의 에디터로 남편이 쉬는 날 인터뷰를 하고, 두 살 난 아이가 잠들면 컴퓨터에 앉아 원고 작성을 했죠. 일도 육아도 서투른 저에게 《WEE》는 출산 다음의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에디터라는 직업과 호기심 많은 제 성향이 더해져 많은 전시와 공연, 체험을 접했는데요, 신기한 것은 혼자 누리던 때보다 아이와 남편과 함께하는 문화생활이 더 충만했다는 거예요. 세 살 아이와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사진 전시를 보러 간 기억이 나요. 아이스크림 두 개가 포개져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잠시 보고는 “친구랑 서로 욕심을 내다 떨어뜨렸나 봐.”라고 말했는데, 그 작품명은 ‘집착’이었어요. 어린이를 위한 귀여운 말투나 동글동글한 캐릭터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그림과 음악, 공연, 사진 같은 예술은 그 모습 그대로 여과되지 않고 아이들에게 말을 걸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무엇을 봤는지, 어디에 갔는지보다 우리가 함께 그림을 바라보던 장면이나 발레 공연을 보며 귓속말로 소곤대던 작은 미소 같은 것이 더 또렷해요. 제가 전시의 이름보다 아이의 말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요.

대부분의 가정이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가족의 관심사에 맞는 취미 생활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그래서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과 누리는 일상 속 사소한 문화생활로 책 한 권을 채워보았어요. 특히 아빠들의 활약이 돋보여요. 마음스튜디오 이달우 대표님이 가족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어요. 그가 만든 모든 공간에 아이디어를 준 아이들과 아빠됨의 이야기를 전해요. 뮤지션 몬구와 딸 라희의 하모니는 상상이 가시나요? ‘Coming Spring’으로 알려진 북 큐레이터 수빈 씨와 머릿속 생각을 스케치하는 도엽이, 놀이왕 도아 남매의 이야기도 많은 공감과 영감이 되어줄 거예요. 그 밖에 일하는 엄마들의 일과 육아 성장기도 담았어요. 가족이 함께 갈만한 문화 예술 정보도 아주 알차답니다. 고수리 작가가 제안하는 엄마들의 글쓰기 프로젝트와 엄마들의 외출을 응원하는 ‘엄마의지도’가 준비한 기사도 새롭게 선보여요.

요즘 엄마들이 바로 실천해볼 수 있는 소식을 꾹꾹 눌러 담았어요. 일상 속에서 작지만 충분한 하루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WE ARE EN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