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0
당신은 지금 동행하고 있나요?

어느 날 문득 깨닫고 서글퍼졌던 일이 하나 있습니다. 며칠 동안 제 휴대폰에 업무 관련 카톡 알림만 울리고 있다는 걸 발견한 거예요. 아, 이렇게 나를 찾는 친구가 없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졌고, 늘 바빠 보이는 모습 때문에 연락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던 친구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럼 나라도 먼저 연락을 해봐야겠다 싶어 카톡 친구 리스트를 쭉 내려보는데, 막상 연락하려니 카톡 친구 1,229명 중에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니, 어쩌면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있었지만 내가 갑자기 그들의 삶에 훅- 하고 끼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먹고사는 게 우선이지’라는 생각으로 몇 년을 살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게 어려워졌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호 주제를 ‘동행’으로 정해놓고 정작 저는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던 거죠.

그런데 며칠 전, 사무실에서 양치를 하다가 저도 누군가와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세면대 위 컵에 꽂아진 여덟 개의 칫솔을 보고 말이죠. 컨셉진이라는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양치컵에 꽂힌 칫솔의 수가 두 개로 시작해 네 개가 된 적도 있고, 다시 두 개가 된 적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여섯 개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두 명의 팀원이 충원되어 총 여덟 개가 되었고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칫솔이 한 개였던 적이 없더라고요. 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가는 존재, 가끔은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가 가장 가까운 데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풍족해졌습니다. 외롭다는 생각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고요.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가고 있나요? 이번 한 달은 여러분의 곁에서 함께해주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장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