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39

당신의 퇴근 후 모습은 어떤가요?

매호 책이 발행되어 독자분들에게 발송을 하고 나면, 다음 호 주제 회의를 시작합니다. 컨셉진의 주제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선정되는데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독자분들이 일상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냐,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이번 호 주제 회의에서는 컨셉진 팀원들이 여러 주제를 던졌는데, 마땅히 “이거다!” 싶은 게 없어, 하루만 더 생각하고 다시 회의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진행한 회의에서 에디터가 꺼낸 ‘퇴근’이라는 주제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이 주제를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건 저였습니다. 퇴근 후 제 모습에 늘 불만이 있던 터라, 다른 사람들의 퇴근 후 모습이 궁금하던 참이었거든요. 저의 퇴근 후 모습은 이러합니다. 평균 12시쯤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면 씻고 불을 끈 뒤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보고 싶었던 TV 프로그램을 찾아보다가 스르르 잠드는 패턴의 반복. 물론 늦게 귀가하는 탓에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왠지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 같아 가끔은 화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저희 포토그래퍼에게 “연정 씨는 퇴근 후부터 잠들 때까지 뭘 하는지 쭉 나열 좀 해주세요!” 하고 요청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녀는 “저도 편집장님이랑 똑같아요.”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모두가 그런 걸까요? 피로에 젖은 몸을 끌고 집에 들어와 휴식을 위해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당연한 걸까요? 저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에도 생산적으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퇴근 후라도 마음 편히 늘어지며 살아야 하는지 말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퇴근 후 모습은 어떤가요?


편집장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