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은 여행뿐이다.” 오기사 ×
Collaboration

호흡, 여백, 위로.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주는 책 〈시리얼〉10호가 ‘오기사(오영욱)’와 함께 찾아왔다. 지난 9호에 노래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이병률 작가가 제주의 숲을 주제로 글과 사진을 기고한 것에 이어 <시리얼> 10호에는 건축 기사이자 작가인 오기사가 일본 규슈의 구로카와 온천 마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도태되었던 이 마을은 오히려 옛것을 앞세워 현대인에게 아날로그적인 휴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손때가 탄 옛것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 온천 마을을 둘러싼 광활한 숲 속 갈대밭의 메아리, 대나무 관을 타고 흐르는 물, 이 모든 것에 ‘소리가 머무르는 곳’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다.
그 외 꿈속 같은 풍경을 안겨주는 북 캘리포니아의 ‘빅서’, 리바이스의 창립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영혼이 살아있는 도시 ‘샌프란시스코’, 소비자와의 소통을 즐기는 캘리포니아의 와인 회사 ‘스크라이브’, 뉴욕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가구 ‘비초에’의 디자인 철학, 140년 전통의 스위스 시계 ‘오데마 피게’, 현대 미술사에서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 ‘아그네스 마틴’의 회고전 등을 소개하며 <시리얼>만의 시각으로 일상의 행복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리바이스의 창립자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영혼이 살아있는 도시 캘리포니아
벨기에 대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의 안트베르펜 이야기
소박한 작업복 바지에서 시작해 전 세계인의 옷차림을 바꾸어놓은 신화적 브랜드 리바이스의 창립자 ‘리바이 스트라우스’. 그가 최종적으로 정착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여전히 그의 영혼이 살아있는 듯하다. <시리얼>이 만난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싱의 디자이너 폴 오닐은 2만 벌에 달하는 자료집 속의 디자인들을 되살리는 일을 한다. 새로운 브랜드 스토리를 창조하기 위해 오히려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걸어온 과거에 집중하는 것이다. 리바이 스트라우스 사후 약 100년,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그의 디자인 인생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유라시아 대륙 끝에 위치한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곳이다. 디자이너 황재근이 수학했던 ‘로열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트’를 졸업한 벨기에의 대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은 과감한 색채와 재료들을 이용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언론과 바이어가 선정한 인기 디자이너’ 부문에서 장 폴 고티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파리가 주목하는 인물인 그는 <시리얼>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자신의 뮤즈로 남아있는 패션의 도시 안트베르펜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욕 현대 미술관과 디자인 박물관에 전시된 가구 ‘비초에’
시계의 연금술사들이 만드는 140년 전통의 ‘오데마 피게’
뉴욕 현대 미술관과 디자인 박물관에는 특이한 전시품이 있다. 바로 독일 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만든 가구들이다. 비초에 가구의 특징은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 있다.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 디자인을 최대한 없앰으로써 사용자 각자의 삶과 개성을 가구에 반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물건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멋진 디자인 철학을 품고 있는 비초에의 히스토리를 소개한다.
독일에 디터 람스가 있다면 스위스에는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시계 장인들이 있다. 에메랄드빛 숲과 초원에 위치한 ‘오데마 피게’의 공방은 시계의 연금술사에게 작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소음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공간, 스위스의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거대한 창문, 창밖으로 펼쳐지는 너른 벌판와 강. 이 한겨울 속의 봄날 같은 고요한 작업실에서 시계사들은 정확성과 규칙성을 갖춘 예술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수십 번의 조립 과정을 거친다. 순수 제작에만 평균 6개월이 걸린다는 이 예술품 안에 들어 있는 장인 정신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리얼>에서 확인해보자.